편의점 사장님은 왜 ‘알바’보다 못 벌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7.23 09: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정해지면서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늘 그렇듯 사용자 측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낮출 것을, 근로자 측에서는 생활임금에도 못 미친다며 인상을 요구했다. 특히 이번에는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적용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8265원으로 올해보다 9.8% 높은 수준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이 추가됐다. 최저임금이 이슈가 될 때면 우선 언급되는 대표업종인 편의점업계가 이번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업주들이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익을 내고 있으니 최저임금 인상은 말도 안 된다며 동맹휴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편의점 업자들과 아르바이트노동자와의 다툼은 대기업프렌차이즈, 카드회사, 건물주(임대사업자) 등 ‘갑’도 ‘을’도 아닌 거기에 종속된 ‘병’과 ‘정’의 싸움이라며 편의점주들의 불만이 잘못된 곳을 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Photo by Mike Wilson on Unsplash

인구 대비 한국 편의점 일본의 1.5배

국내에 ‘편의점’이 처음 알려지고 도입된 것은 1982년 11월이다. 당시 롯데쇼핑은 서울 중구 신당동에 <롯데세븐>을 개설하면서 국내에 편의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편의점의 가장 큰 특징인 24시간 운영형태가 아니고 동네 ‘구멍가게’를 현대화한 형태에 불과했다. 결국 약 2년 후 문을 닫았다.

국내 편의점 사업이 본격화한 것은 1989년 5월이다.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문을 열면서 시작된 한국의 편의점업은 30년 만에 4만 개가 넘는 점포와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편의점 창업이 봇물을 이루면서 최근 3년간 급격하게 가게 수가 늘어났다.

사단법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2017년 11월 발표한 편의점 업계 주요지표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시스페이스 등 국내 주요 5개 프랜차이즈편의점은 2015년 2만8994개에서 2016년 3만2611개로 늘어났으며, 총매출액은 2015년 17조1947억원에서 2016년 20조3241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지난 2월 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17년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3만5977개(가맹점 3만5천222개, 직영점 722개)로 파악됐다. 여기에 중소 프랜차이즈와 개인 점포를 합치면 국내 편의점 수가 이미 4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했다.

전자신문 데이터 뉴스에 따르면 가맹점수 순으로 1~5위인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의 점포수는 지난해 말 3만9277개에서 지난 3월 말 4만126개로 4만개를 넘어섰다.

국민일보는 지난 18일 5대 프랜차이즈 소속 편의점 4만여개와 일반 편의점 3만개를 더하면 국내 편의점 수는 약 7만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인구 740명당 1곳으로 2300명당 1곳인 일본보다 밀집도가 3배 정도 높다고 덧붙였다.

2018년 7월 19일 기준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지도서비스에서 ‘편의점’으로 검색하면, 네이버에서 5만1733곳, 다음에서 4만8881곳이 검색된다.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전체 점포수는 2017년 기준 약 5만 6천개이다. 일본의 전체 인구수는 1억 2천 500여만 명이고 한국은 5천만 명 정도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한국의 편의점 수는 일본의 1.5배가 넘는다.

MBC 보도에 따르면, 편의점 1곳당 인구수로 보면, 중국 3천 5백 명, 일본과 대만 2천 2백 명, 한국은 천 3백 명이다.

 

부담은 가맹수수료 〉 임대료 〉 카드수수료 〉 인건비 순

프렌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의 현재 가장 큰 불만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수익구조다.

이와 관련해 여러 언론들이 편의점 업주들의 운영현황을 취재해 보도했다.

“지난달 매출은 8천여만 원, 본사에 내는 제품 구입 비용 5천7백여만 원을 제외하면 2천3백만 원 정도가 남습니다. 여기에 또 한 달 임대료 550만 원과 35% 정도 차지하는 가맹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건 980만 원 정도입니다. 카드 수수료가 110만 원, 그리고 5명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는 450만 원이 인건비로 빠져나갑니다. 여기에 관리비와 각종 세금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점주 손에 들어가는 돈은 240만 원 정도입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수익은 50만 원 정도 더 줄어들어 100만 원대로 낮아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KBS)

“정산서 마지막 장 마지막 항목엔 이 모든 항목을 더하고 뺀 ‘가맹정산실금액’이 적혀 있다. ‘278만원’이다. 한달 3100만원 매출을 올린 김씨에게 최종 입금된 돈이다. 이게 끝일까? 여기서 아르바이트 직원 두명의 인건비(250만원)와 임대료(100만원)가 빠져나간다. 바로 72만원 적자로 돌아선다.” (한겨레신문)

“그의 점포는 하루 매출 180만원으로 전국 편의점 가운데 중간 수준인 ‘B급 점포’로 분류된다. 하지만 가맹수수료를 본사에 내고 남는 약 1,100만원 중 45% 가량(약 500만원)이 임대료로 나간다. 결국 시간당 1만원이 채 안 되는 최저임금만이 자신의 수입을 결정할 중요 변수로 남는다. 올해 최저임금(7,530원)이 작년보다 16.4% 오르면서 김씨가 집에 가져가는 돈은 2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일보)

“예를 들어 한 매장에서 매출총이익으로 1000만 원이 생겼다면, 35%인 350만 원을 먼저 본사에 보내야 한다. 그러면 650만 원이 남는다. 이 가게에서 주·야간으로 알바노동자 2명을 주 5일 고용하고 주말엔 점주가 일했다고 가정하면, 월 인건비 300만 원이 빠지고, 전기세 등 관리비 등으로 100만 원 정도가 빠진다. 그러면 250만 원이 점주의 손에 있어야 하지만, 여기서 건물주가 나타난다. 건물주가 임대료로 200만 원을 가져가면 편의점주는 고작 50만 원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편의점주들은 본사나 건물주가 아니라, 손쉬운 알바들의 인건비를 건드려서 최저임금 이하로 주거나 주휴수당을 빼서 지급한 것이다.” (오마이뉴스)

“본사와 50% 수수료를 계약한 점주의 경우를 예를 들어 한 달 평균 3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이중 약 900만원을 마진(평균 20~30% 수준)으로 남긴다. 이 중 450만 원은 본사로 보내고 남은 450만원으로 인건비와 순수익을 계산한다.” (노컷뉴스)

“예를 들어 점포 매출이 5000만원인 편의점 경우 상품원가가 3500만원 가량입니다. 매출이익 1500만원 중에서 가맹수수료(매출 이익의 30%)가 450만원, 점주의 이익은 1050만원입니다. 점주는 이 이익금에서 인건비 등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가 순수익으로 가져갑니다.” (아시아경제)

“가맹본부가 가져가는 높은 비율의 가맹수수료, 편의점 가맹본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출액의 30%에서 35%까지로 매우 높다. 그리고는 역시나 임대료 부담이 크다. 그 다음으로 보통 5명으로 교대근무를 하는 알바생들의 인건비가 편의점 지출의 큰 부분이다.” (미디어스)

여러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프렌차이즈 편의점 업주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담 순위이자 중요도는 가맹점 수수료 〉 임대료 〉 카드수수료 〉 인건비 순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임대료와 아르바이트생 고용 시간 등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겠지만 편의점 본사의 지원비 등이 없으면 일 매출 150만원 정도의 C급 점포는 전부, 일 매출 200만원 정도의 B급 점포는 절반 정도가 최저임금 인상을 버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편의점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주휴수당 그게 뭐죠?"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그림의 떡’인 경우도 많다. 편의점은 최저임금 등과 관련해 ‘불법’논란이 많은 사업장이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알바노조의 ‘편의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아르바이트노동자의 55%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일했고 92%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제대로 주는 편의점은 겨우 10개 중 하나인 셈이다.

게다가 야간수당 등의 가산임금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편의점은 주로 2~3명의 알바노동자가 주·야간 맞교대를 하는 대표적인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은 주로 대기업 정규직 같은 소득 상위 노동자에게 주어진다. 실제로 최저임금의 혜택을 누려야할 아르바이트생 등 소득 하위 노동자들은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주휴수당, 야간수당, 주말수당, 휴무보장 등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 운영이 어렵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편의점주 ‘을’의 뒤에는 법이 보장하는 권리도 못 누리는 아르바이트 ‘병’의 한탄이 있는 셈이다.

 

GS25 홈페이지 화면 캡처

 

편의점 기업도 과잉출점으로 수익률 하락중

그렇다면 편의점왕국인 ‘일본’보다 상대적 규모가 클 정도로 호황인 편의점 시장에서, ‘을’인 편의점 사장님과 ‘병’인 아르바이트노동자가 모두 수익이 적다면 ‘갑’인 편의점프렌차이즈기업은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을까?

편의점 점주들의 “본사의 영업이익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편의점 본사들은 이익률이 1~4% 수준으로 극히 낮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국내 주요 편의점 가맹본부의 영업이익률은 곤두박질했다. 업계 1, 2위인 CU와 GS25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261억원, 199억원이다. CU는 전년동기대비 1.5% 감소했고, GS25는 37.3% 급감했다. GS25의 1분기 영업이익이 200억원을 밑돈 것은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4%대 영업이익률을 보인 CU와 GS25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2.1%, 1.3%였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과 지난해 각각 3.99%, 4.50%였다.

또 실제로 계약 형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편의점이 가맹 본사에 내는 수수료는 일본보다 약 10~20% 정도 더 좋은 조건이다.

 

 

너무 많은 편의점, 높은 임대료, 카드수수료가 문제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4만 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계약 조건 등에서 개별 편의점주보다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유리한 형태여서 편의점프랜차이즈 기업 입장에서는 가맹점이 많을수록 이익이다. 현재 가맹거래법 시행규칙으로 250m 거리 제한이 있다. 하지만 이 제한은 같은 브랜드의 점포에만 적용된다. 한 건물에 브랜드만 다른 편의점이 공존하는 이유다. 지난 정부에서 실시한 섣부른 규제완화가 공멸의 위기를 불러온 셈이다.

신규출점조절이 현재 편의점 문제를 해결하기 첫 번째 조건으로 꼽힌다.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지난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맹점주들이 협회에 요청한 상담 중 절반 이상이 근접출점 문제”라고 밝혔다.

편의점 본사들도 이를 받아들여 근접 출점 자제를 중심으로 하는 자율규약안을 만들어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씨스페이스를 포함해 편의점 5개사가 모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공정위에서 자율규약안에 대한 심사가 완료되면 비회원사인 이마트24에도 브랜드 간 근접 출점 자율규약 실행에 동참을 권유할 계획이다.

임대료는 개별 점포별 계약사항이라 임대차 보호법 강화 외에 특별한 조치가 어렵지만, 카드수수료 문제는 논의할 부분이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카드사에 수수료 조절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기업활동을 강제한다는 논란이 따른다. 편의점 대표상품 중 하나인 ‘담배’에 해결방법이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담배는 편의점 매출의 40~45%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74%가 세금이다. 고객이 4500원짜리 1갑을 사면 약 320원이 남는다.

편의점이 정부 대신 담배 세금을 걷어주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담뱃세가 매출에 포함되면서 편의점주들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카드수수료 우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카드 수수료율은 연 5억 원 초과 시 최대 2.5%를 적용받는다. 연 매출 3억 원 이하 시 0.8%, 연 5억 원 이하 시 1.3%의 우대를 받지만 편의점주들은 연 6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우대수수료율을 적용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매출에는 담배판매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담뱃세를 매출에서 제외하거나, 카드수수료 우대 구간을 조절함으로써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다.

일본처럼 편의점 프랜차이즈 계약에 최소 수익은 보장하는 ‘미니멈 개런티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방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