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임신부터 대입까지 양육비 1억원으로 가능?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8.2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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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초·재선 국회의원 혁신모임인 ‘통합·전진’이 지난 21일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임신에서부터 대학교 입학까지 20년간 들어가는 돈 1억여 원을 매달 40만원씩 지급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김기선 의원은 전문가 계산 결과 연평균 500만원이면 아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지원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20살까지 1억원으로 자녀 한 명 양육이 가능한지 팩트체크했다. 

 

한달 40만원으로 자녀 양육? 명확한 근거 없어

김기선 의원은 '자녀양육 1억원'에 대해 전문가가 계산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전에도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2018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해 11월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연간 40만 명의 신생아를 가정했을 경우, 40조가 들어가면 1억으로 낳아서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책임지고 국가가 잘 길러낼 수 있다”며, “임신에서부터 대학 진학까지 바우처 또는 쿠폰 형식으로 운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 의원이 언급한 20살은 보통 성인의 기준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한국 현실에서는 20살은 대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으로 대부분 부모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2017년 대학진학률은 68.9%다. 부모 입장에서는 20살이면 본격적으로 돈이 필요한 시기다. 자녀가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시키는 부모는 없다. 국가가 모든 자녀 양육 비용을 해결할 필요는 없지만 양육비 1억원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대학입학을 배제하고 임신으로 태아가 생긴 때부터 20년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항목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①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의료비, 산후조리원, 출산 육아용품

② 영아기의 기저귀, 분유, 의료비, 어린이집 또는 보육비

③ 유아기의 식비, 의류비,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 보육비, 의료비, 놀이비용, 사교육비

④ 초등학생기 식비, 의류비, 교육비, 의료비, 용돈

⑤ 중고등학생기 식비, 의류비, 교육비, 의료비, 용돈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따져도 한달 40만원으로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개인별 편차도 크다. 특히 사교육비는 천차만별이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이었다. 가구소득 월 100만원 이하는 사교육비가 5만원, 가구소득 700만원 이상은 44만3000원이었다. 정말로 한달 사교육비가 20만원대인지 의문이긴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더라도 사교육비를 제외하고 한달 15만원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 전제했듯이 국가가 모든 양육비용을 댈 필요는 없다. 다만 김 의원이 20년간 1억원으로 가능하다고 주장을 하려면 명확한 근거를 대야 한다. 

 

대학등록금 포함 3억원 정도 들어

자녀양육비를 20살까지 집계한 통계는 없지만, 총양육비 통계는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4월 전국 남녀 1만33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2년도 전국 결혼·출산 동향 및 출산력·가족 보건복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총양육비는 3억896만원으로 2009년 조사(2억6204만원) 때보다 18% 증가했다. 월 양육비는 118만9000원으로 3년 전(2009년 100만9000원)에 비하면 18%, 9년 전(2003년 74만8000원)에 비하면 59%나 늘었다.

이 조사는 아이를 낳아서 대학 졸업시키기까지 약 22년을 기준으로 했는데 시기별로는 자녀가 대학교(만 18~21세)에 다닐 때 가장 많은 비용이 들었다. 대학 4년간 총양육비는 7708만8000원이었고 초등학교(만 6~11세)·고등학교(만 15~17세)에 다닐 때도 각각 양육비 부담이 7596만원, 4719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대학교 기간을 빼더라도 17세까지 자녀 한명을 키우는데 2억3000만원이 든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대입 재수 시 드는 학비와 해외 어학연수 등의 비용은 빠져 있다. 현재 물가상승률을 따지면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당시 보건사회연구원이 제시한 이 금액은 미국 중산층이 아이 한 명을 낳아 키우는 데 드는 비용과 맞먹는 규모였다. 2013년 미국 농림부가 발표한, 아이를 한 명 낳아 대학 4학년까지 가르치는 데 드는 양육비는 3억5000만 원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출생 후 대학졸업 때까지 22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을 3억 원 정도로 추정했다. 재수, 휴학, 어학연수, 결혼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해 8월 SBS-CNBC는 “2017년 기준으로 자녀 한명에게 대학 졸업까지 드는 양육비용은 4억원으로 추산된다. 사교육비 증가로 5년 만에 1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대학 4년간 양육비 약 8천만 원을 제외하더라도 김 의원의 ‘20년 양육비 1억 원’과는 2억~3억 원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선진국과 비슷한 한국의 육아비용

선진국들도 육아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미국에서는 중간 소득계층이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평균 3억 원 가까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해 1월 미 농무부는 부모가 자녀 1명을 출생부터 17세까지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이 23만3610달러(약 2억8100만원)라고 추산했다. 평균적으로 연간 1만4000달러(약 1700만원)가 들어가는 셈이다. 수입이 중간 정도인 부모가 두 명의 자녀를 키운다는 조건에 2015년 태어난 아이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거주비, 음식, 보육, 교육, 의류, 교통비가 포함됐고 대학 교육비는 들어가지 않았다.

또 지난 4월 CNN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 및 비즈니스 연구 센터(CEBR)는 영국에서 한 아이를 21세까지 키우는 데에는 23만23000파운드(약 3억4777만원)가 든다고 추산했다. 대도시인 런던에서는 25만4000파운드(약 3억8125만원)로 늘어나며, 학비와 대학 등록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1억원이라는 상징적 의미 있지만 현실과 괴리

김기선 의원의 ‘20년 출산-육아비용 1억 원’은 대학등록금과 사교육비를 제외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부모들이 겪는 현실과는 조금 다르다. 이전 세대에서의 단지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학교 보내주는’ 수준의 비용 정도로 보인다.

김 의원처럼 ‘1억 원’에 방점을 둔 ‘출산’관련 정책과 공약이 나온 적이 있다. 대선에 두 차례 출마했던 정치인이자 가수인 허경영 씨는 2007년 17대 대선 출마 당시 결혼수당으로 1억 원출산수당으로 3천만 원씩을 주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1년 전인 지난 해 8월에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셋째 자녀를 낳으면 최대 1억 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도로 발의됐다가 시의회 상임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출산율 부진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혼자가 자녀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 및 양육비 부담’(44.3%)이며, 그 다음으로 ‘전반적인 경제 및 고용 상황 불안’(30.43%)을 꼽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잘 알고 있지만 해법은 여전히 못 찾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저출산예산으로 13년간 153조를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역대 최저 출산율이다.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비정규직이 국민의 절반이 넘어서면서 불안한 미래 때문에 애를 낳을 엄두를 못낸다. 부부가 맞벌이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데 아이를 맡길 곳도, 돈도 없다. 현재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도 있다. 세종시가 출산율 1.82명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한 것은 이유가 있다. 높은 취업률과 정규직 중심의 안정적인 직장이 주 원인이다. 직장이 안정돼 미래계획을 세울 수 있다면 부부는 아이를 낳는다. 김 의원이 제안한 20년간 1억원 지원은 담대한 정책이고 자녀 양육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한달에 40만원 준다고 안 낳을 아이를 하나 더 낳는 집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녀양육비로 한달에 120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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