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아파트 월 8300원 더 내는데 ‘세금폭탄’?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9.1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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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정부가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대책>과 관련해 언론들의 다양한 해석과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세금폭탄’이라는 단어가 13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13년 전인 참여정부 시절에는 조선일보가 ‘세금폭탄’ 프레임의 한 가운데 있었다면, 이번에는 중앙일보 기사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참여정부 지지율 하락에 일조했던 ‘세금폭탄’ 프레임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5년 8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8.31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참여정부에 비판적이던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세금 폭탄’, ‘세금 융단폭격’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서민·중산층까지도 부동산 세금 폭등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는 2005년 8월 23∼24일자에 ‘8·31 부동산대책… 무차별 세금폭탄 터지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획기사들을 내보내며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공격의 선봉에 섰다.

당시 정부도 정책브리핑 등을 통해 “종부세 대상자가 전체 부동산 소유자의 2%도 되지 않는다”며 대응에 나섰지만, 여론은 ‘세금폭탄’ 프레임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며 참여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재촉했다.

 

참여정부 때보다 강화된 종부세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종합대책은 ①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②엄격해진 주택담보대출 ③임대사업자 혜택 대폭 축소 ④양도세 면제 기간 축소로 요약할 수 있는데,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가 눈에 띈다. 종부세는 소득세나 재산세처럼 구간별 과세를 한다. 종부세 구간을 신설하고 구간별 세율을 올리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과세표준 3억 원 초과 6억 원 구간을 새로 만들고 과세율을 높였다. 또한 추가과세대상에 조정지역 2주택자를 포함했고, 초고가 주택에 세율을 높였다. 참여정부 때보다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발표직후 참여정부 때 비판의 날을 세웠던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세금폭탄’ 프레임이 나타났다. “세금폭탄 내세운 반쪽 부동산 대책 성공할까”(중앙일보 사설), “고가·다주택 22만 명에 ‘종부세 폭탄’”(매일경제), “세금폭탄·대출봉쇄…집 많을수록 부담”(헤럴드경제), “메가톤급 대출 규제와 세금폭탄을 동시에 쏟아내면”(한국경제), “반시장 정책 전환 없는 세금폭탄은 더 큰 부작용 부를 것”(세계일보 사설), “조정 대상지역 내 2주택자와 3주택 이상인 자는 세금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조선일보).

이처럼 여러 기사를 통해 ‘세금폭탄’이라는 용어가 이어졌고, 특히 중앙일보의 기사가 논란이 컸다. 중앙일보는 ‘집 한채 40대 “투기꾼도 아닌데 왜 세금 많이 내야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송파구 잠실동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 이모(40)씨는 “투기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가 언급한 잠실 84㎡아파트 매매가는 16~18억

송파구 잠실동의 전용 84㎡(약 33평) 아파트를 검색하면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을 둘러싸고 있는 엘스아파트리센츠아파트트리지움아파트 세 단지가 나온다. 이 세 아파트 단지는 부동산 관련 뉴스에 종종 등장하며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 지표 가운데 하나로 많이 언급되는 곳이다.

현재 전용 84㎡의 매매가격은 대략 18억 원 내외로 호가가 형성되어 있다. 실거래가로는 엘스 84㎡가 지난 2월 17억8500만원에 거래된 것이 최고가이며 트리지움은 84㎡ 기준 지난 3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이 최고가이다.

이번에 발표된 부동산 정책으로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는 1주택 보유자는 세금을 내는 기준인 ‘과세표준(과세시가표준액)’ 3억 원을 초과하는 이들이다. 국토교통부장관이 연 2회 적정가격을 산정해 공시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으로는 12억7000만원,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기준인 ‘시가’로는 약 18억 원을 넘어야 세 부담이 늘어난다. 이보다 가격이 낮은 경우는 이전과 같은 0.5%의 세율이 적용되며, 공시가격 9억 원(시가 약 13억 원)이하는 과세에서 제외된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중 종부세 관련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에 산정해 발표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10억 원이 채 안 되는 8억 원 정도이다(잠실엘스 101동 101호 기준 8억4천만원).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이 종부세 부과 기준이기 때문에 위 잠실 아파트는 현재 기준으로 아예 종부세 대상도 아니다.

종부세 인상 기준인 공시가격 12억 7500만원 아파트는 한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다는 강남3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 팰리스’ 84㎡가 12억원, 서초구 ‘반포 자이’ 84㎡가 12억~13억원대다. 초고가 아파트로 알려진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84㎡가 13억~14억원대이다. 대치동 아파트 상당수가 종부세 인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내년 공시지가 산정때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단지들도 종부세 인상 대상에 전부 포함되지는 않는데 이게 정말 세금폭탄일까?

 

18억원 아파트 보유하면 월 8300원 더 내게 돼

앞서 중앙일보 기사에 등장한 ‘잠실동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 이 모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시가로 18억 원이 안 된다면 이전과 같은 1년에 94만원의 종부세를, 18억 원이 넘는다면 104만 원으로 연간 10만원의 종부세를 더 내게 된다. 18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거주하면서 월 8300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 것에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이씨는 얼마나 내게 되는지 모른 상태에서 막연하게 분노를 떠트렸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중앙일보가 인터뷰 과정에서 이런 분노를 유도해 냈을 가능성도 있다. 단돈 1만원이라도 세금 더 내라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거래가 18억원 아파트는 현재 연 94만원 종부세를 내고 있는데 내년부터 10만원 늘어난 104만원을 내게 된다. 월 8300원 정도 종부세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출처:정부 보도자료

김동연 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도 이번 부동산 대책이 ‘세금폭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9·13 대책에서 영향을 받는 종부세 대상은 시가 18억 원 이상 1주택, 시가 14억 원 이상 다주택 소유자”로 “전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과세 폭탄’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종부세 대상은 국내 주택 보유자의 2%이며, 이번에 세금이 늘어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2채 이상 가지고 있거나 전국에 3채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체 집 보유자의 1.1%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번 부동산 정책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상임위원 연석회의에서 “어제 발표로 38억 원짜리 2주택자 세금이 1000만 원 오르게 됐다. 그러나 16개월 만에 집값은 27억 원에서 38억 원으로 11억 원 올랐다”면서 “11억 원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어야 하는데, 세금 1000만 원 더 걷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는 게시물이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으로, 최 소장은 “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30억 원 부동산 가진 사람 종부세가 그것보다 적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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