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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방역패스 중단시킨 법원의 잘못된 계산

2022. 01. 07 by 선정수 기자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일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시킨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백신미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이 백신접종자 집단과 차이가 현저히 크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이 판단한 것처럼 접종자와 비접종자 확진율 차이는 정말 크지 않은걸까? 뉴스톱은 이 부분에 대해 팩트체크한다.

출처: 서울행정법원 결정문
출처: 서울행정법원 결정문

 

①12월 2주차 12세 이상 백신미접종자 비율 0.0015%? →0.17%가 맞음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그 1주간(12월 2주차)에 걸쳐 12세 이상 전체 백신미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0.0015%(1,000명 중 1.5명), 12세 이상 전체 백신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0.0007%(1,000명 중 0.7명) 정도로서 각 집단의 감염비율 자체가 매우 낮고 그 차이가 현저히 크지 않다”고 밝혔다.

우선 법원 결정문에 나온 숫자가 틀렸다. 1000명중 1.5명은 퍼센티지로 0.0015%가 아니라 0.15%다. 1000명중 0.7명 역시 0.07%다. 한 나라의 방역정책에 영향을 주는 판결을 내린 법원이 '산수'조차 틀렸다는 것이 황당할 뿐이다. 인구 1명당 0.0015는 1000명당 1.5명과 같은 수치다. 법원은 비율 0.0015에 실수로 %를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부는 백신접종자를 2차접종 완료자로, 백신 미접종자를 그 나머지로 파악했다. 가처분의 대상이 되는 방역패스가 2차접종 완료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 구분은 합리적이다.

만 12세 이상 백신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감염자 비율을 구하려면 전체 인구에서 12세 이상 인구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 가운데 백신 2차 접종 뒤 2주가 지난 사람을 '접종(완료)자', 백신을 미접종했거나 1차만 접종했거나 2차접종을 했더라도 접종 2주가 지나지 않은 사람은 '미접종자'로 분류한다. 그런 다음에 접종자-미접종자 집단별에서 각각 확진자가 몇 명이 나왔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재판부의 계산에 문제점이 발견된다. 본격적으로 뉴스톱이 계산해봤다. 방역당국이 통계작성에 사용하는 우리나라 전체인구는 5134만9116명이다. 2020년 1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기준이다. 이 중 11세 이하 인구는 444만1020명이다. 따라서 12세 이상 인구집단은 4690만8096명이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12월 2주차(12월5일~11일) 기준 12세 이상 백신미접종자는 2차 접종완료자를 제외한 인원이다. 2차 접종 완료자로 분류되려면 2차 접종을 받은 시점부터 2주가 지나야한다. 따라서 2주 전인 11월26일 0시 기준 2차 접종자 수인 4076만4548명으로 계산하면 된다.

이 기간 동안 백신미접종자는 12세 이상 전체인구에서 2차접종 완료자를 제외한 614만3548명이다.(4690만8096명 - 4076만4548명 = 614만3548명)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은 순수 미접종자(1차 접종 후 14일 미경과 포함) 가운데 9428명이 확진됐고, 1차접종 완료자 중에는 1089명이 확진됐다. 따라서 법원 정의에 따른 미접종자 집단 중 확진자는 1만517명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치지 않은 집단 가운데 확진자가 1만517명 발생했으므로 미접종자집단의 확진율을 0.0017118772로 대략 0.17%이다. 1000명 당 1.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법원이 언급한 1000명당 1.5명보다 많은 수치다.

 

출처: 보건복지부
출처: 보건복지부

 

② 미접종자 감염확률 2.3배 크다 → 2.51배가 맞음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백신미접종자 집단이 백신접종자 집단에 비해 코로나에 감염될 확률이 약 2.3배 크다”고 밝혔다. 뉴스톱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백신 접종자(2차 접종 완료자) 집단의 확진율을 계산했다. 방역당국이 밝힌 12월2주차 2차접종 완료자 가운데 확진자 수는 2만7016명이다. 방역당국은 이와 별도로 3차접종 완료자 중 확진자(691명) 수를 집계했다. 따라서 재판부 기준에 따른 백신접종자 집단 중 확진자 수는 2만7707명이다. 이를 해당 기간의 2차 접종 완료자 수로 나누면 0.0006796837가 나온다. 0.068%로 1000명 당 0.68명 꼴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1000명당 0.7명이라고 밝혔다. 반올림 자릿수 탓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밝힌 숫자보다 계산 결과로 나온 수치가 적다. 

뉴스톱 계산 결과 미접종자 그룹에서는 1000명당 1.71명, 접종자 그룹에서는 1000명당 0.6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수치를 토대로 백신접종자 집단과 미접종집단의 확진율을 비교해보면 미접종자 집단의 확진율이 2.51배 높다.

 

③ 두 그룹 감염비율 차이는 정말 크지 않은가? 해석하기 나름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각 집단의 감염비율 자체가 매우 낮고 그 차이가 현저히 크지 않으므로, 그러한 두 집단의 감염비율 차이만으로 백신미접종자 집단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재판부의 계산으로 2.14배(1.5/0.7) 뉴스톱 계산으로는 2.51배(1.71/0.68) 미접종자 집단의 감염 비율이 높지만 재판부는 이 차이를 “현저히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의 이런 해석에 대해 방역 전문가들은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교수는 "계산도 석연치 않지만 12월2주차는 백신접종자의 효과가 감소된 시기인데 이 때의 통계만 인용한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감염 비율 자체가 매우 낮다"는 부분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비율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결과로 의료체계 붕괴를 걱정해야 하고 재택치료를 확대해야 하는데도 1000명당 1.7명 꼴로 발생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백신 접종자가 바이러스를 덜 전파시킨다는 학술 논문도 나와있다. 영국 옥스포드대 빅데이터 연구원 데이비드 에어 교수 연구팀이 지난 5일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게재한 'Effect of Covid-19 Vaccination on Transmission of Alpha and Delta Variants' 논문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2주 후 델타 변이 바이러스 전파를 50%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출처: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가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에서 제외됐다. 이 결정의 효력은 본안소송의 판결 선고일까지 정지된다. 방역당국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달라는 취지로 즉시항고를 제기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방역 상황 안정을 위해 방역 패스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시항고에서 법원이 방역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의 방역패스가 재개된다. 즉시항고에서도 방역당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본안소송을 통해 방역패스 정책의 재개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법원은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 운영의 한 축이다. 기초적인 계산 실수로 인해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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