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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택배 테이프, 비닐류에 속한다?

2022. 07. 07 by 이채리 기자

비대면 구매가 활발해지면서, 택배 이용이 증가했다. 그만큼 포장 쓰레기도 늘어났다. 종이 박스는 분리배출만 잘하면 재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테이프다. 택배 박스 하나를 포장하기 위해 테이프를 박스 위아래에 사용하게 된다.  테이프로 칭칭 감는 경우도 많다. 종이박스에서 테이프를 떼어내 분리수거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택배 박스 테이프는 비닐류로 배출해도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장용 테이프는 비닐류에 속하고 재활용이 가능할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맘카페
출처: 네이버 카페

◈ 테이프, 100년 이상 땅속에 묻혀

택배 시장의 규모는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횟수는 70.3회, 총 택배 물량은 36억 2천만개다. 여기에 사용되는 테이프 양도 엄청나기에 재활용이 가능하면 환경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출처: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하지만 택배 상자 테이프는 비닐류로 배출하면 안된다.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관계자는 지난 4일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택배 테이프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최종 단계에서 매립이나 소각의 과정을 거친다"라고 밝혔다. 택배 테이프를 종이나 접착제 등의 이물질로 인해 재활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테이프를 재활용할 수 없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사실일까. 재활용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김정희 팀장은 “테이프는 대부분 연신 PP 필름으로 소재 자체는 재활용 가능하나 사용 용도나 접착제 성분 등으로 인해 다른 재질과 섞여 배출될 경우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일반 쓰레기로 배출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택배 테이프는 분리배출 대상 품목이 아니다.

폐기물 회수 재활용 체계상 분리배출된 재활용 가능 자원은 지자체 및 민간 선별장 등에서 재질별로 선별 후 재활용사로 보내진다. 택배 테이프는 일부 수거 되더라도 이물질 등으로 선별 과정에서 대부분 잔재물로 버려지게 된다. 

김 팀장은 “택배 테이프가 반입된 폐기물에서 필름류로 소량 섞여 들어갈 경우 고형연료제품(SRF: 가연성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여 만든 제품)이나 열분해 재활용사에서 재활용을 할 수는 있으나, 접착제 등 이물질로 인해 재활용 공정이나 SRF, 열분해유 등의 제품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장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얇은 재질의 OPP 테이프는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택배 테이프는 소각하지 않으면 100년 이상 땅속에 있는 셈이다. 

 

◈ 직매립 금지 시행, 테이프는?

환경부는 작년 7월 6일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이 공포했다. 이로써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선별이나 소각 없이 매립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수도권 3개 시도는 2026년부터, 비수도권은 2030년부터 직매립 금지를 시행한다.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이 시행되면, 테이프는 어떻게 처리될까. 환경부 관계자는 "직매립 금지는 쓰레기를 그대로 매립하면 안 된다는 거지 매립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매립과 달리, 매립하기 전에 폐기물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부피를 최소화시킨다. 즉, 종량제 쓰레기를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해 소각재만 매립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택배 테이프는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소각 후 매립된다. 직매립 금지 제도로 테이프로 인한 환경오염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출처: 택배테이프
출처: YTN 뉴스 영상 갈무리

◈ 종이 테이프... 강도 약하다

종이테이프 사용도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 환경부 자연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일부 회사에서 택배에 코팅된 종이테이프를 사용함으로써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추구하지만, 그게 친환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친환경 종이테이프는 그린워싱 논란을 빚었다. 일부 업체들이 친환경 종이테이프 인증을 받지 않은 체 "상자와 함께 버려도 됩니다."라는 문구를 달았다. 기존의 플라스틱 비닐 테이프와 달리 재활용성이 높다는 의미다. 플라스틱 테이프보다는 친환경적이다. 그러나 종이테이프의 재활용성은 과장됐다. 많은 업체들이 인증을 받지 않고 친환경 광고를 하고 있다.

문제는 장거리 택배나 대형 택배의 경우 접착성을 강화한 종이 테이프를 쓸 수밖에 없다. 포장이 풀리거나 벗겨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코팅이 안된 종이테이프는 박스를 고정할 만큼의 강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결국 종이테이프를 사용하더라도 물에 녹지 않는 접착제 및 이형제로 테이프 앞면 혹은 뒷면을 코팅한 제품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접착제는 이물질이어서 재활용 공정에 문제를 일으킨다.  

출처: MBN News
출처: MBN News 영상 갈무리

◈ 친환경 박스도 근본적 대안 안돼 

테이프를 쓰지 않는 박스는 불가능한 것일까. 정부에서는 친환경 박스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접으면 완성되는 종이 박스도 나왔다 . 하지만 큰 물품을 배달하는데 사용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환경부는 친환경 제품 개발에는 일정부분 지원을 하고 있으나 판매까지 지원할 수는 없다. 


정리하면, 택배 테이프는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테이프는 최종 단계에서 매립이나 소각 과정을 거친다. 종이테이프도 말만 친환경이지 재활용이 안된다. 환경부에서는 대형마트에서 포장용 테이프 사용 금지, 직매립 금지 정책 등을 펼쳤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늘어나는 택배 테이프 사용을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택배 테이프를 비닐류로 분리수거 할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했다. 

 

※내용 추가 2022.07.08 19:00 제보와 추가 취재를 거쳐, 아래 내용을 본문에 추가했습니다.
"테이프를 재활용할 수 없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사실일까. (중략) 김 팀장은 “택배 테이프가 반입된 폐기물에서 필름류로 소량 섞여 들어갈 경우 고형연료제품(SRF · 가연성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여 만든 제품)나 열분해 재활용사에서 재활용을 할 수는 있으나, 접착제 등 이물질로 인해 재활용 공정이나 SRF, 열분해유 등의 제품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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