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 때문에 삼성이 흔들리다는 언론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8.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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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또 다시 불붙은 삼성생명법

최근 일명 '삼성생명법'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법이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지난 6월에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현행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를 총자산의 3%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재벌오너가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기업을 순환출자에 이용하는 것을 막고, 보유한 특정사의 주식가치가 폭락했을 경우 보험사가 충격을 덜 받게 하기 위한 규정으로 3%룰이라고도 불립니다.

현행 보험업법에는 보험사의 주식 보유액 평가방식이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보험업감독규정에는 보험사 총자산의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주식 또는 채권 보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문제는 총자산과 주식보유액 평가기준이 다르다보니 3%룰에 허점이 생겼다는 겁니다. 보험사가 보유한 특정 주식의 가치가 100배 뛴다고 하더라도 처음 샀을 때 가격 기준으로 3%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입니다최근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주식 보유액 평가방식을 시가로 하는 것을 명확히 규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삼성생명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보험사 중에서 이 법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회사가 삼성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은약 309조원입니다. 3%룰을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계열사 주식을 9조원어치 이상 보유할 수 없습니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보통주를 8.51%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1980년 삼성전자 주가가 1072원일 때 사들여서 당시 취득원가는 5500억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약 30조원입니다. 취득원가와 시가가 5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삼성생명 총자산의 0.18%인데 시가기준으로는 9.7%가 됩니다. . 박용진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3%9조원어치를 제외한 약 20조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합니다.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에 금융시장과 재벌그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또 다시 불붙은 삼성생명법,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삼성 정조준한 박용진

유치원 3법으로 유명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별명은 일명 재벌 저격수입니다. 재계 저승사자로도 불립니다.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법안을 발의하고 있습니다. 박의원은 불공정한 시장룰을 바로잡아 기업의 건전한 경영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이라며 '재벌 저격수'가 아닌기업 지킴이라고 불러달라고 합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다른 보험사의 총자산 대비 주식 비중은 0.7%로 미미한 수준인데 유독 삼성생명만 14%에 달하며 8% 이상이 삼성전자 주식이다. 삼성전자에 위기가 생기면 삼성생명은 다른 보험사의 20배 이상의 충격을 받아 우리 경제 위험의 슈퍼 전파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질의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현재로서는 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위법한 것은 아니다. 삼성생명에 자발적인 개선을 계속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 위원장은 자기자산을 한 회사에 몰아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험업 회계규정인 IFRS17도 시가를 기준으로 부채를 계산한다며 보험업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대 국회에서도 박용진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수야당은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지만 176석의 여당이 된 만큼 당내 지지만 받는다면 통과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2. 웃을 수 없는 삼성생명

13일 삼성생명 주가는 전일 대비 5.51% 급등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12%가 뛰었으며 한달간 32%가 뛰었습니다. 2010년 상장 후 하루 상승폭으로는 최대입니다. 삼성생명이 2분기 실적발표를 했는데 당기순이익이 448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5%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을 선방한 것이 삼성생명 주가급등의 요인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명 삼성생명법의 현실화 가능성 때문입니다.

3%룰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순차적으로 팔아야 합니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이 늘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이를 배당자원으로 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에 대해 유호석 삼성생명 부사장은 현재 계열사 주식 취득 한도를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나 현재 어떠한 사안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주가가 뛰는 것은 삼성생명에게는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좋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삼성생명 역시 삼성그룹 계열사 중 하나입니다. 이 법이 삼성그룹 전체에 끼치는 영향을 봐야합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입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입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보유주식을 팔게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측은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해야 합니다. 

 

3. 삼성 경영권이 흔들린다는 언론

일부 언론사는 삼성생명 주가가 급등하자 삼성측의 입장을 대변하며 '반기업적 법안'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주식시장에 팔 경우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다', '매각 유보 기간을 7년으로 잡으면 한해 3조원 이상의 주식을 쏟아내야 한다', '결국 이를 받아줄 국내 기관이 없기 때문에 삼성의 경영권 방어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등등의 주장이 쏟아진 겁니다.

시장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언론이 3%룰 허점을 이용해 삼성생명을 삼성그룹 순환출자 지배구조 강화에 이용한 이 삼성 그룹 총수 일가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당국은 법이 통과되기 전에 자율적으로 지분을 줄이라고 지속적으로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은 이를 무시하고 매각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의 이런 행태는 최근 삼성 이재용 부회장 불법 경영승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길어지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입을 모아 보도한 행태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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