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동킥보드 도입 후 2030 뇌사자 장기기증 급증했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1.07.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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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결과-사실아님] 교통사고 건수는 늘었지만 장기기증 급증하지는 않아

전동킥보드 관련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한 달 사이, 단속에 걸린 위반 건수가 2000건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위반 사항에 대한 통고처분 건수는 총 2245건이었으며, 범칙금 부과 액수는 846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안전모 미착용’으로 적발된 사례가 1765건으로 제일 많았다.

전동킥보드 관련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도로교통법은 지난달 13일부터 시행됐다.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운전하거나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면 10만 원, 헬멧 등 인명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타면 2만 원, 2명 이상이 같이 타면 4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SNS 갈무리
SNS 갈무리

그런데 최근 SNS상에서, “전동킥보드 도입 이후 2030 뇌사자 장기기증이 급증했다”는 내용이 화제가 됐다.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로 뇌사까지 이르게 된 젊은 세대가 증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우리나라에서 공유 전동킥보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지난 2018년 9월, 국내 최초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인 ‘킥고잉’의 출시와 함께다. 이후 ‘씽씽’, ‘알파카’ 등 업체들이 뒤이어 등장했고, ‘라임’, ‘빔’, ‘뉴런’ 등 해외 업체들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전동킥보드는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가 됐다. 지난달 기준 국내 업체들이 운영하는 전동킥보드는 9만 1028대이며, 지난해 3~8월 6개월 동안 1519만 건이던 누적 이용횟수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 사이엔 2430만 건으로 60% 증가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KODA Annual Report 2019’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KODA Annual Report 2019’

전동킥보드의 도입과 2030 뇌사자 장기기증 숫자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이 1년에 한 번 발행하는 ‘KODA Annual Report’를 분석했다. 가장 최근 호인 2019년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대의 장기기증은 2018년 31명에서 2019년 44명으로 13명 증가했고, 30대의 장기기증은 2018년 60명에서 2019년 58명으로 2명 감소했다. 

30대의 장기기증자는 줄어든 반면, 20대의 장기기증 숫자가 소폭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동킥보드가 상용화되기 전인 2015년부터 2017년의 장기기증 숫자와 비교하면 오히려 전동킥보드의 도입 이후 20대 장기기증자의 숫자는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인 장기기증 숫자 역시 2015~2017년 500명대에서 2018~2019년에는 400명대로 감소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KODA Annual Report 2019’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KODA Annual Report 2019’

장기기증자들의 직접적 뇌사 원인을 살펴봐도 해당 주장을 사실로 보기 어렵다. 교통사고, 낙상 또는 폭행 등의 물리력에 의하여 머리와 뇌가 손상을 입는 ‘두부외상’의 경우, 2018년 120건에서 2019년 127건으로 7건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17년의 숫자와 비교했을 때는 오히려 전동킥보드 도입 이후 두부외상으로 인한 뇌사자들의 장기 기증이 감소세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발표된 통계를 살펴보면 전동킥보드와 뇌사자 장기기증 숫자 간 연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그렇다면 실제로 전동킥보드 상용화 이후 교통사고가 증가했을까.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의 통계를 통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개인형 이동장치(PM)로 인한 사고 건수와 사망자 및 부상자 수를 살펴봤다. 2018년에는 △사고 225건 △사망자 4명 △부상자 238명, 2019년에는 △사고 447건 △사망자 8명 △부상자 473명, 2020년에는 △사고 897건 △사망자 10명 △부상자 985명이 발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사고 117건 △사망자 4명 △부상자 124명과 비교했을 때, 공유 전동킥보드의 도입 이후 관련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을 분명한 사실이다.


정리하자면, 공유 전동킥보드가 도입된 2018년 이후 20대와 30대 뇌사자 장기기증 숫자가 늘어나지 않았으며, 전동킥보드와의 연관성을 증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상용화 이후, 관련 사고와 사망자 및 부상자 숫자는 실제로 늘어났음을 확인했다. 음주 운전과 안전모 미착용을 규제하는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것도 이 같은 사고를 줄이기 위함이다. 

즉, 전동킥보드 도입 이후 개인형 이동장치(PM)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2030 뇌사자 장기기증이 급증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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