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단식투쟁" 자유한국당, 언론때문에 조롱받았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1.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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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조해주 선관위원 임명에 반발하며 자유한국당이 24일 시작한 '5시간 30분 단식'이 세간의 비웃음을 샀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에서 단순히 식사를 중단한 것인데 (좌파성향) 민주노총 소속 기자들이 '단식'을 강조해 자신들을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정유선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는 28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5시간반 시간에는 식사하지 말라, 그게 핵심이 아니거든요. 그런에 이건 민주노총 조합원인 기자들이 그것에만 조롱하듯이 하는 거는 잘못된 표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KBS 등 어떤 소속으로 표시하는게 아니라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행동하니까 그렇게 하는 거죠"라며 기자 탓을 했다. 정말 기자들이 '농성 시간 중 식사하지 말라는 표현' 대신 '단식'이란 표현을 사용했는지 살펴보자.

'릴레이 단식'이란 표현을 처음 쓴 것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다. 나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는 좌파독재 저지및 권력농단 심판을 위해 국회에서 단식, 릴레이 단식 농성과 함께 앞으로 국회거부 투쟁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이날 오후 3시 10분에 '문 대통령, 조해주 선관위원 임명...한국당 '국회 보이콧ㆍ릴레이 단식' 돌입'이라는 기사를 통해 주요 언론 중 자유한국당의 단식을 처음 보도했으며 이후 연합뉴스뉴스1한국일보이데일리 등 수십개 언론이 동일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의 '단식'보도에 대해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어떤 불만도 나오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이란 표현은 당 내부 문건에서도 확인된다.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 계획(안)>이라는 자유한국당 내부 문건을 보면 '투쟁방식에서 담당시간 5시간30분, 투쟁시간 중 단식'이라고 적혀 있고 '단식 릴레이 책임의원'이라는 표현도 있다. 한장의 문건에서만 '단식'이라는 표현이 세번이 나온다. 기자들의 의도적으로 '단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에서 장외 투쟁의 비장함과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단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단식이 비웃음의 대상이 된 것은 5시간 30분 단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특히 위 문건이 퍼지면서 본격적으로 조롱을 받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웰빙투쟁', '간헐적 단식' 등 자유한국당을 비웃는 표현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비장미를 부여하려고 '단식 투쟁'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역풍을 맞은 셈이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까지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26일 "릴레이 투쟁의 절박함과 본질 왜곡 말라"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 "정부는 모든 권력을 동원해 우파를 조롱하고 탄압한다"고 주장했다. 

종합하면 '릴레이 단식'이라는 표현은 비대위체제에서 자유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처음 사용했다. 자유한국당 공식 문건에도 적혀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민주노총 소속 기자들 왜곡보도 때문에 본인들이 조롱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련의 사건은 자유한국당 내부에 정치홍보 전문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유한국당 표현에는 전략도, 절제도 보이지 않는다.  매일 '초권력형비리'를 외치며 단식 투쟁을 선언한다고 투쟁력이 올라가는 것도, 국민지지를 얻는 것이 아니다. 본인들의 정치 메시지 전달방식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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