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4월5일 식목일은 나무심기 안 좋아?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3.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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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전부는 아니다

산림청은 28일 <식목일 바로 알기>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식목일의 의미와 나무를 심기에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 등을 알려줍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의 여파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대한 반박입니다. 식목일을 당기자는 쪽은 4월5일 식목일은 나무심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 출처: 산림청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 출처: 산림청

◈국회 계류 법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식목일 날짜 변경 법안은 모두 4개입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산림기본법 개정안,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림기본법 개정안은 3월 21일을 식목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림기본법 개정안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기념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3월 20일로 식목일을 앞당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결같이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식목일이 처음 시행된 1946년 4월 5일의 평균기온이 7.9인데 비해 2021년 4월 5일의 평균기온이 11.9도까지 올랐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에 이런 내용이 따라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나무를 심기에 가장 알맞은 온도로 분석한 6.5도를 훨씬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죠.

출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출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산림청, “여론 고려 신중히 검토”

산림청 자료를 살펴봅니다. 산림청은 먼저 “1949년부터 2005년까지 공휴일로 지정하여 관공서, 지역주민, 각급 학교 등 온 국민이 함께 나무심기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식목일은 헐벗었던 국토를 녹화한 기념일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라고 밝힙니다. 공휴일에서는 빠졌지만 식목일의 의미는 아직도 크다는 입장입니다. 산림청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으나 국가기념일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식목일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숲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념일이 되었습니다”라고 밝힙니다. 앞으로는 숲을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기후변화 등 지구환경문제 대응을 위한 기념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강조합니다.

그러나 식목일을 변경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식목일이 가진 역사성입니다. 1946년 미 군정청이 4월5일을 식목일로 제정해 오늘날까지 행사를 계속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4월5일을 식목일로 알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두번째는 평균 기온만 가지고 나무심기 좋은날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산림청은 뉴스톱과 통화에서 “매년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산림청은 국민 여론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앞장서서 식목일 날짜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식목 행사는 지역별로 나무심기 적당한 기간에 진행하면 되는 것이고, 식목일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의미를 되새기는 날로 존재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식목일이 전국적인 공휴일로 지정된다면 가장 나무심기 좋은 날로 정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공휴일도 아니니 지역별로 좋은 시기에 나무를 심으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출처: 산림청
출처: 산림청

◈2월 하순~4월 하순

산림청은 “나무를 심는 시기는 수목생리적 요인과 토양과 습도, 강수량, 유기물 등 나무생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영향인자와 연관되며, 단순히 기온상승 하나만 연관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나무심기 추진기간은 제주도나 남해안에서는 2월 하순부터이며, 경기도와 강원도에서는 4월 하순까지 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토양 온도 등 지역별 여건을 고려하여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거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실제로 산에 나무를 심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4월5일까지 나무를 심은 비율은 연간 심어야 하는 면적의 약 30% 정도에 불과하며, 식목일이 지난 후에 나무를 심는 비율이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식목일을 앞당겨야 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10년째 식목일 앞당기기 논란

식목일 날짜를 앞당기자는 논란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국립산림과학원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꽃의 개화시기 뿐 아니라 나무심기 적기도 계속 빨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3월 21일에는 전국적으로 식목행사를 할 수 있어 식목시기 적기가 식목일 기준으로 2주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죠. 다수의 언론이 이런 보도를 비중있게 내보냈습니다.

그러자 당시 유정복 안정행정부 장관이 “4월 5일로 되어있는 식목일이 최근 지구 온난화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서 좀 앞당기는 방향으로 검토하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선 식목일 앞당기기 논의가 흐지부지 됐습니다. 2017년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식목일을 앞당기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식목일 앞당기기 논란은 21대 국회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식목일 변경 문제는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지지율이 달라지는 등 찬반양론이 팽팽한 만큼 굉장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나무 심기 기간 조정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식목일의 특정 날짜를 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산림청은 지역별로 나무심기 좋은 기간을 설명했습니다. 여러분도 사는 지역에 맞춰 나무심기 좋은 기간에 하루 날 잡아서 나무를 심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경기도에 살고 있으니 3월 하순~4월 하순 중 하루를 빼서 나무를 심으러 가야겠습니다. 식목일을 공휴일로 정하는 것은 대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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