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초등생 도둑’ 신상 공개한 점주, 처벌된다?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5.10 16: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예훼손으로 벌금형...물건 훔치던 초1 신상 공개한 칠곡 편의점주
“신상 공개는 공공의 이익”이라며 낸 항소는 기각
“사적 제재 성격의 신상 공개는 소년 보호 정신에도 맞지 않아”

어제 무인점포에서 과자를 훔치던 초등학생의 신상을 공개한 사건이 화제가 됐다. 해당 점포 주인이 물건을 훔친 아이 부모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가게 출입문에 아이들 신상이 드러난 게시물을 붙여놓은 사건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창에서는 점주의 대응이 지나치게 이뤄졌다는 의견과 점주의 억울함이 컸다는 의견이 함께 제기됐다. 동시에 아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건 불법이라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실제로 절도를 한 초등학생의 신상을 공개하는 건 처벌이 가능할까? 뉴스톱이 확인해봤다.

무인점포에서 간식을 훔쳐먹은 초등생 신상 공개 관련 소식을 다룬 방송화면 갈무리. 출처=SBS 뉴스
무인점포에서 간식을 훔쳐먹은 초등생 신상 공개 관련 소식을 다룬 방송화면 갈무리. 출처=SBS 뉴스

 

◆6년 전 물건 훔치던 초1 신상 공개한 편의점주...명예훼손 벌금 400만원

이 사건은 보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광주의 한 초등학교 앞 무인점포에서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훔쳐먹은 초등 저학년생들이 오후에도 훔치다가 가게 점포 주인에게 붙들렸다. 점주는 이후 아이들 부모와 변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경고문을 점포 출입문에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고문에는 아이들이 재학 중인 학교, 학년, 아이 얼굴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한 상반신 사진 등 신상 정보가 들어갔다. 또한, 이들 학생이 당일 오후 4시와 오후 6시쯤 두 번, 합쳐서 2만8200원어치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훔치려다 적발됐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보름 동안 붙은 게시물로 학생이 다닌 초등학교와 인접 아파트 주민들까지 절도 행각에 대한 소문이 퍼진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일보>에 따르면, 점주는 절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6년 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2017년 경북 칠곡의 한 초등학교 앞 편의점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비타 500 1병과 초콜릿 등을 넣다가 점주에게 붙잡혔다. 점주는 아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금 100만원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50만원을 요구했다. 아이 아버지가 불응하자 점주는 3일 뒤 가게 출입문 2개소에 A4 용지로 학교명과 학년, “3개월 이상 훔쳐감” 등의 내용을 적어 붙여놨다. 이름은 빈칸으로 뒀다. 이와 함께 아이가 가방에 물건을 넣는 CCTV 화면을 캡처한 사진 8장을 붙여놨다.

이에 대해 2018년 법원은 점주에 대해 아이의 명예를 훼손한 점을 들어 벌금 400만원 판결을 내렸다. 해당 사건을 맡은 대구지방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어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여 학교생활 등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학교 앞이라는 장소에서 아이들의 얼굴이 나온 CCTV 화면 사진을 걸어놓았기에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지장을 초래한 점을 고려해 나온 판단이었다.

2018년 4월 대구지방법원이 절도를 한 초등학생 신상을 공개한 편의점주에 대해 명예훼손을 했다며 별금형을 결정한 판결문 내용 갈무리. 출처=판결서 인터넷 열람 사이트
2018년 4월 대구지방법원이 절도를 한 초등학생 신상을 공개한 편의점주에 대해 명예훼손을 했다며 별금형을 결정한 판결문 내용 갈무리. 출처=판결서 인터넷 열람 사이트

해당 점주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해당 점주는 “게시물을 부착한 행위가 편의점 운영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절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며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벌금 400만원이 너무 무겁다고 법원에 항소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점주의 행동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18년 12월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피고인의 게시물 부착 경위, 게시물의 내용, 표현의 방법, 공표가 이뤄진 상대방의 범위, 게시물로 인한 피해자의 명예 침해 정도”를 고려했을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게시물을 부착한 장소가 초등학교 학생이나 인근 주민 다수가 볼 수 있는 장소이고, 피해자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아 초등학교 학생이나 인근 주민 누구나 피해자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을 고려했다.

2018년 12월 대구지방법원이 편의점주의 항소 신청을 기각하며 내린 결정 사유 갈무리. 출처=판결서 인터넷열람 사이트
2018년 12월 대구지방법원이 편의점주의 항소 신청을 기각하며 내린 결정 사유 갈무리. 출처=판결서 인터넷열람 사이트

두 사건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점주가 절도를 한 아이 부모와 합의금 협의가 되지 않자, 신상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다만 신상 공개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번 사건은 아이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했지만, 2017년 사건에서는 물건을 훔치는 아이의 얼굴이 그대로 나온 CCTV 화면을 캡처한 사진 8장을 게시했다.

모자이크 여부의 차이가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아이가 누구인지 주변에서 인지할 가능성이 있으면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누구든지 그 사람을 알 수 있으면 사실의 적시, 피해의 적시가 있다”며 “가게 주인도 저렇게 붙이면 분명 아이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사적제재 방식 적절치 않아”...“원만한 협의 필요”

해당 행위의 처벌 가능성과 별도로 사적제재에 가까운 신상 공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다. 소년사법을 연구하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지선 연구위원은 10일 뉴스톱 통화에서 “이런 문제를 사적으로 해결하지 말라고 국가가 있는 것”이라며 “신상 공개는 일반 범죄자의 경우에도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신상 공개 외에 경찰에 아이를 신고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며 “이는 국가에서 소년부 재판을 하는 취지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신상 공개까지 가지 않도록 협의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YTN 뉴스라이더>에서 “아이가 저런 행동을 했을 때 부모와 가게 주인 사이에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했다며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부모가 "끝까지 협의하는 모습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