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무임승차 폐지 논란, 이준석-김호일 발언 확인해 보니

  • 기자명 박지은 기자
  • 기사승인 2024.01.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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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개혁신당 정강정책 릴레이 기자회견에서 총선 공약으로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미래를 고려해 현행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하고,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1만 원(연 12만 원) 혜택의 교통카드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대한노인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습니다. 관련 발언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과 이준석 개혁신당대표가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야기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노인 지하철 운임 감면 제도 자체가 처음 시행된 건 1980년입니다. 지금처럼 운임을 전액 감면하는 방식이 아닌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50%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고 이후 대상 연령이 만 70세 이상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낮아졌습니다. 할인율도 100%로 확대되며 '경로 무임승차'가 됐습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교통 요금 할인제도는 노인복지법 제26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인복지법시행령 제19조에는 경로 우대시설의 종류와 할인율을 규정하고 도시철도, 지하철공사 등에서는 규정 할인율에 따라 교통 요금을 부과합니다.

 

◆ 무임승차제도, 과거 노인 인구 비율 2% 3%일 때 설계됐다?

이준석 대표는 '현 무임승차제도는 과거 노인 인구가 2~3% 남짓이었을 때 설계된 정책이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통계청
출처 = 통계청

통계청에서 1980년과 1985년의 인구 수치를 확인해 봤습니다.

1980년 전체 인구는 3740만6815명이었습니다. 노인 인구는 65~69세가 62만283명, 70~74세가 42만5096명, 75세~79세 22만9286명, 80~84세 11만8207명, 85세 이상 5만3242명으로 총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수는 144만6117명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3.8% 정도입니다.

1984년 65세 이상 100% 무임승차제도가 시행된 1년 후인 1985년에도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 비중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985년 전체 인구는 4041만9652명이었고, 이 중 노인 인구는 65~69세 72만2817명, 70~74세 50만1254명, 75세~79세 31만2090명, 80~84세 13만7660명, 85세 이상 7만5728명으로 총 174만9549명, 4.3%에 해당합니다.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2~3%와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대체로 비슷합니다.

반면 최근 발표된 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 비율은 17.7%에 달했습니다. 2022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집계된 국내 전체 인구는 5,169만 명이었고, 이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약 915만 명이었습니다.

 

◆ 고연령층 철도 무임승차 비용 8159억?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를 근거로 무임 수송에 대한 비용을 국가에서 일부 지원받습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가 운영하는 도시철도는 무임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대해 추가로 국가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꾸준히 발의되고 있지만, 아직 통과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회 예산처 통계를 근거로 고연령층 철도 무임승차 비용이 2022년 연간 8159억원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예산처에 확인한 결과,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자료에 해당 내용이 있었습니다. 당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2022년 도시철도운영자의 이용 요금 감면액 중 노인에 대한 감면액은 8159억원이었습니다.

국회예산처 비용추계서 (2020)
국회예산처 비용추계서 (2020)

이후 2020년 수 차례에 걸쳐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현 21대 국회이후 나온 발의안 비용추계서에는 도시철도운영자의 이용 요금 감면액 추계액은 7019억원이었습니다.

예산정책처 추계세제총괄과 관계자는 “추계 방법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무임승차 비용을 바탕으로 추계하기 때문에 시기에 따라 감면액 증가율이 달라져 값에 변화가 있다”며, “가장 최근 실적치를 반영한 비용추계서로 봐야 비용이 더 정확하다”고 답했습니다.

 

◆ 대한노인회 "지하철 적자, 노인 무임승차 때문 아니다"

이준석 대표의 발표 이후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지하철 적자가 노인 무임승차 때문이 아니라고 반발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하철은 노인이 타지 않아도 운행한다”라며 오히려 “지하철 요금을 너무 싸게 정한 게 적자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도시철도 무임손실 국비지원 입법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
도시철도 무임손실 국비지원 입법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

2022년 11월 전국 도시철도운영기관 노사대표자 협의회 공청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철도 무임 수송 인원은 매년 증가하지만, 증가에 따른 운송 횟수 및 열차 편성 수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해당 결과는 국토교통부 철도통계연보를 기반으로 6대 공사 도시철도 무임 수송과 운송 편성 관계를 분석해 나타난 결과입니다. 대한노인회 측은 이를 근거로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운임 감면액이 지하철 운영 적자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인 한 두 명 더 탄다고 지하철이 더 운영된다는 식의 접근은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운송 횟수와 열차 편성 간의 관계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눌 순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연구위원은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혼잡도가 많은 시간에 무임으로 지하철을 탄다면 그만큼 직원을 배치하고, 추가 열차 구매 및 기관사 고용 등의 비용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국내 지하철 요금 저렴하다?

김호일 회장은 국내 지하철 요금이 너무 저렴한 것도 적자의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2018년에 발표된 도시철도교통 무임수송제도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도쿄, 런던, 뉴욕 등 해외 주요 대도시의 도시철도 운임 수준을 원화로 환산 시 평균 운임은 2260~3250원이었습니다.

국내 도시철도 요금이 해외 요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건 사실이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월7일부터 오른 수도권 전철 기본운임(교통카드 기준)은 일반(성인) 기본운임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랐고, 청소년과 어린이는 각각 800원, 500원으로 운임이 조정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인 무임승차제도 운용에 있어 정부의 대책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연구원 신성일 선임연구원은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비용과 편익을 따졌을 때 효용성이 있는 좋은 제도지만, 지하철 기초 인프라에 소요되는 금액이 있는 만큼 비용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연구위원 또한 “무임승차 제도 자체는 좋지만, 무임 손실에 대한 비용 부담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며 “무임승차 제도에서 무임 승차하는 지자체가 없어야하고 무임승차제도 시행에서 발생하는 책임 분담을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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