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범은 누구나 체포할 수 있고, 불법체류자들은 현행범이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4.03.30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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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마 후보자, 불법 체류 외국인 사적 체포 논란
형사소송법에 관련 조항 있지만, ‘현행범 체포 요건’ 판례도

오는 4월 10일 22대 총선에 출마한 한 후보자가 사적으로 결성한 단체와 함께 ‘불법체류자로 추정된다’며 외국인들을 강제로 잡거나 억류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현재 경찰과 인권위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관련 내용과 법 조항, 적용 사례 등을 확인해봤습니다.

YTN 방송영상 갈무리
YTN 방송영상 갈무리

경향신문 단독보도에 따르면, 경북 경주경찰서와 대구 북부경찰서 등은 ‘모 국회의원 후보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사적으로 불법체포하고 있다’는 고발을 다수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후보는 이번 총선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축이 돼 결성한 정당의 대구지역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해당 후보는 자신이 이끄는 단체 회원들과 함께 전국 각지를 돌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붙잡거나 이동을 막은 뒤 경찰에 넘기고 있습니다. 길을 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불러 세워 억류하거나, 거주지·사업장을 찾아가 붙잡는 방식입니다. 이들은 이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틱톡 등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후보가 올린 영상을 보면 그 과정과 방식은 강압적입니다.

해당 후보는 체포 활동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경향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행범은 누구나 체포할 수 있다고 법에 나와 있고, 불법체류자들은 불법을 저지르는 현행범”이라고 말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의해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습니다. 또, 같은 법 211조에는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을 현행범인이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범인으로 불리며 추적되고 있을 때,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 흉기나 그 밖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을 때, ▲신체나 의복류에 증거가 될 만한 뚜렷한 흔적이 있을 때, ▲누구냐고 묻자 도망하려고 할 때도 준행형범으로 보아 체포의 대상이 됩니다.

해당 후보는 이 두 조항을 근거로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에서는 현행범을 체포함에 있어 체포의 긴급성 외에 범죄의 중대성과 체포의 필요성(증거를 인멸할 염려 또는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경우)을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1999년 1월 26일 판결에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으로서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것을 요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범죄가 명백하고 다른 수단이 없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현행범 체포가 허용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경찰 조사에서 해당 후보와 단체가 대법원이 판시한 구체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불법한 체포로 간주돼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습니다.

JTBC 방송영상 갈무리
JTBC 방송영상 갈무리

사건이 알려지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형사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위반은 행정법규를 어긴 것이지 형사범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2023년 1월, 불법체류 중인 태국 국적 마약 사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마약 관련 혐의로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용의자를 현행범 체포했다. 출입국관리법 위반 용의자를 현행범 체포하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 이것이 곧 불법체포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6월 13일에도 마약 오인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8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파장이 커지면서 현재 경찰은 현장 영상과 당사자·고발인 진술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인권위도 해당 사건과 관련해 긴급구제가 필요하다는 진정을 접수하고 조사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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