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웃고 운 '일본 정치의 돈키호테', 이즈미 전 시장

  • 기자명 윤재언
  • 기사승인 2024.01.26 0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즈미 후사호 아카시 전 시장의 명암과 향후 전망②
막말 재신임 선거서 대승…또다른 폭언으로 결국 정계은퇴 발표
그럼에도 정책 능력 평가 받아 유권자 지지는 여전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이즈미 후사호 전 아카시 시장의 어두운 측면을 다뤄볼까 한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이른바 ‘막말’ 논란이다.

이즈미의 정책 능력과 유권자에 대한 어필 능력은 잇따른 선거 대승으로 인정받았지만, 자신이 ‘적’으로 상정하는 이들에 대한 막말은 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막말이 도화선이 돼 사임한 뒤 재선거로 부활하거나, 지난해에는 결국 정계은퇴에 내몰리는 계기가 됐다.

다만 이 같은 막말이 유권자에게 ‘시원한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 이는 일본 정치가 최근 전반적으로 미디어화된 데 따른 것으로, 포퓰리즘 정치 등 별도의 논의를 요하는 주제다.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이 적으로 상정되는 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도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라 하겠다. 

 

이즈미의 좌충우돌 ‘막말 정치’

이즈미를 다룬 몇몇 기사의 제목을 보면 그의 이색적인 경력을 알 수 있다.

‘‘‘마치 시한폭탄’ 또 폭언으로 은퇴…아카시 시장은 왜 화를 내나?’(마이니치신문 2022년 10월 29일), ‘“선거에서 떨어뜨려주겠다” 효고 아카시시장, 문책안 둘러싸고 시의원 2명에게 폭언’(아사히신문 2022년 10월 9일), ‘아카시시장, 직원에게 “불 지르고 와” 진전 없는 퇴거 교섭에 대해’(아사히신문 2019년 1월 29일).

막말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면서 지난해 5월에는 ‘폭언시장 분투기-아카시시장 이즈미 후사호의 모든 것’이라는 책이 출판되기도 했다(아래 사진). 이 같은 이즈미의 막말은 그의 다소 독선적인 정책추진방식과 맞물려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이즈미의 막말 대상은 그의 ‘개혁’과 정책추진에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되는 세력 모두였다. 즉,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되는 시청 내부 공무원들과 시의회 의원들이 그의 공격을 받았다. 일종의 아웃사이더 기질의 발현이라 하겠으나, 시장이라는 지위를 생각할 때 명백히 갑질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래에서는 이즈미의 막말 공격이 오히려 시정 재신임으로 이어진 2019년 시장 선거와, 또 다른 막말로 정계 은퇴를 자초한 2022년 상황을 되짚어볼까 한다. 다만 이즈미의 막말은 현시점 오히려 싸우는 정치가, 즉 ‘투사’로서 정치적 자산이 되어 있다는 점도 언급해 둔다. 

 

‘막말 재선거’에서 대승한 이즈미

2017년 6월, 이즈미는 시장실에서 당시 시내 도로확장공사에 진전이 없다는 간부 공무원의 보고를 받는다. 공사 예정지에 철거를 거부하는 건물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이에 격노한 이즈미는 공무원을 “너(お前)”라고 지칭하며 “아무것도 안하는 거 아니냐”, “사표를 내도 용납이 안된다”고 몰아붙였다. “불이라도 질러서 다 태워버려”라며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녹음되고 있었고, 2019년 1월 지역지를 시작으로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 시작했다(아래 영상).

모든 언론이 ‘이즈미 시장의 갑질(パワハラ)’이라는 프레임으로 기사를 내보내자, 다음달 본인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죄송하다고 사죄했다(아래 사진). 그리고 시장직을 사임했는데, 다만 시민에게 다시 신임을 묻겠다며 해당 선거에서의 재출마를 선언한다.

 

막말에 대해 사죄하는 이즈미(출처: https://mainichi.jp/articles/20190219/ddn/041/010/015000c)
막말에 대해 사죄하는 이즈미(출처: https://mainichi.jp/articles/20190219/ddn/041/010/015000c)

2010년대 오사카 유신회를 중심으로 일본 지자체에서는 수장의 정치적 책임을 재선거로 묻는 풍조가 유행처럼 번진다. 이를 다시 나오는 선거, 즉 ‘데나오시 선거(出直し選挙)’라 한다. 이즈미 역시 데나오시 선거로 시장직을 다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보통의 막말 수준을 넘어서는 형법에 저촉될 법한 모욕적 발언이었으나, 선거전은 이즈미의 실적과 과감한 추진력이 평가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즉 시민들 사이에서 그의 정책 집행 능력이 새삼 주목받은 것이다.

데나오시 선거는 전임이 출마할 경우, 당선돼도 잔여임기 밖에 보장되지 않는다. 이즈미의 임기는 2019년 4월까지로, 선거는 3월에 예정됐기 때문에 한달 뒤 다시 시장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었다. 즉 세금 낭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 선거는 싱겁게 끝났다. 자민당 소속 효고현의회 의원이자 아카시 전 시장 출신 후보와 공산당 출신 후보가 3파전을 벌였으나, 이즈미가 8만 795표를 얻어, 2만 6580표를 얻은 2위를 큰 표차로 따돌렸다. 투표율은 직전 선거에서 기록한 45.5%에서 46.84%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즈미는 당선 뒤 “많은 분들에게 폐를 끼치고, 아카시 시정의 혼란을 일으킨 원인은 나에게 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직원과도 확실히 신뢰관계를 쌓아 함께 아카시 마을 만들기를 해가겠다”고 포부도 밝혔다.

이즈미의 압승으로 바로 한달 뒤 예정됐던 선거에서는 출마자가 없어 무투표로 끝났다. 이러한 모습 역시 각종 윤리적 논란과 좌충우돌에도 정책추진능력이 평가받아 재선 시 득표율을 늘린 성남시장 당시 이재명과 유사한 부분이라 하겠다.

 

정계 은퇴 내몰린 또다른 막말 파문

이후 코로나 국면을 전후해 이즈미는 다시금 막말로 물의를 일으킨다. 이번에는 시의회가 대상이었다.

2019년 이후 이즈미는 반성의 의미로 ‘앵거 매니지먼트’교육을 받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었다.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책을 읽거나, 노트에 자신의 분노를 정리하고, 화났을 때는 화장실에 서서 6초를 세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육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1월 신년회 자리에서 다시 한번 막말로 물의를 빚은 것이다.

이즈미의 공격을 받은 것은 자민당 아카시 시의원으로, 발단은 2001년 압사사고 이후 중지됐던 여름축제 재개를 둘러싼 말싸움이었다. 시의원은 이즈미에게 재개를 요청하는 제언서를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즈미는 조정이 필요해 시장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고 반론을 하며 “너 같은 인간은 의원을 때려치라”고 화를 냈다. 이 같은 발언이 보도되면서 이즈미는 재차 사죄한다.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2년 3월말, 새로운 연도(일본은 4월부터 연도가 시작됨)를 앞두고 부시장 2명이 동시에 사임한다. 그 중 한 명은 시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례적 사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년이 지나자 다시 이 문제가 언론에서 보도되기 시작한다. 전 부시장이 시의 토지 매수 과정에서 벌어진 이즈미의 새로운 폭언을 폭로하면서다

당시 시에서 추진하던 토지 매수가 난관에 봉착하자 이즈미는 총무국장과 과장에게 “너희들 부동산회사에서 돈을 받는 것 아니냐”며 몰아붙였다고 한다. 또, 2019년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시청 내부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 2022년 가을께 자민당과 공명당 등 시의회 야당의원들은 이즈미에 대한 문책결의안(법적 구속력 없는 견제수단)을 추진한다. 이유는 시의회의 반발을 무시하고 시민들에게 상품권을 배부했다는 것과 의결 사항에 대한 재의(거부권)를 반복해 의회 권한을 침해했다는 것, 민감한 기업 정보를 SNS에 올렸다는 것 등이었다. 시의회의 문책결의안 추진은 이즈미의 또다른 막말로 이어진다.

2022년 10월, 지역 내 초등학교 행사에 참석한 이즈미는 동석한 자민당 시의회 의장과 공명당 의원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문책결의안이 제출된 직후였다. 이들에 대해 이즈미는 “다음 선거에서 다 떨어뜨려주겠다”며 “찬성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면전에서 공격했다. 결국 이 같은 막말까지 보도되며 시의회에서는 찬성 다수로 문책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즈미는 문책결의안과 관련해 결국 2023년 4월 임기 만료와 함께 “정치가를 은퇴하겠다”고 공표하기에 이른다. 약 13년 간 이어진 시장직을 막말로 마무리 짓게 된 것이다.

 

어둡지 않은 정치적 미래?

그럼에도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일본 시민들의 이즈미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싸워왔다는 자세가 평가받는 분위기까지 있다. 그 증거가 아카시시 후계 시장으로 낙점한 후보가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그리고 간사이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일본 전국에서 선거 응원 요구가 쇄도하고 함께 찍은 선거 포스터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례로, 2023년 10월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장 선거서 한 야당계 후보는 이즈미의 얼굴을 자신의 선거 포스터에 실었고, 실제 당선으로 이어졌다(아래 사진). 특히 자민당과 공민당의 추천을 받은 현직 3선 시장을 꺾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즈미의 사진(우측 하단)을 넣은 도코로자와 시장 선거 후보
이즈미의 사진(우측 하단)을 넣은 도코로자와 시장 선거 후보
도코로자와 시장 선거 승리 뒤 환호하는 이즈미 전 시장(출처: https://www.tokyo-np.co.jp/article_photo/list?article_id=285044&pid=1199568)
도코로자와 시장 선거 승리 뒤 환호하는 이즈미 전 시장(출처: https://www.tokyo-np.co.jp/article_photo/list?article_id=285044&pid=1199568)

최근 자민당에서 비자금 의혹이 번져가며 재야에 있는 이즈미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나름의 팬덤을 구축한 이즈미의 정책실행력과 득표력은 이미 확인된 바 있고, 최근 일본 유권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소통하는 ‘싸우는 정치가’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막말 논란에도 이즈미는 당분간 일본 정치의 변화의 축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즈미 본인도 야당 재편의 중요성과 정권 교체에 대한 언급을 늘리는 상황이다. 머지 않아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정치적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