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대중교통의 코로나19 감염 위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2.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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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17일 <中버스 왜 24명 감염됐나..韓버스·지하철선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최근 수도권의 코로나19 대확산과 맞물려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중교통의 감염 위험을 점검하는 내용이다. 중앙일보는 "전문가들은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버스와 지하철 객차 내부 청소와 소독을 제대로 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고 적었다.

기사를 전개하기에 앞서 뉴스톱은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길 의도가 전혀 없음을 먼저 밝힌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대중교통의 실태에 대해 사실대로 알 권리가 있다. 제대로 알아야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 안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까?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①서울 지하철 객차 내 검출 사례 없어? - 소독한 뒤 시료 채취

중앙일보는 해당 보도에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지하철 관련 환경 시료 채취 분석 결과를 인용했다. 분석 결과 객차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앙일보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이 분석에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 운행이 끝난 뒤 소독이 완료된 다음 시료를 채취했다는 점이다.

소독을 완료했음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면 그것은 소독이 잘못 이뤄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소독을 완료했으면 당연히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이 결과에 대해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소독 후에 검사한 것도 있겠지만 지하철 내 일반 시민 대중이 이용하는 장소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환경 시료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감염자가 퍼뜨린 비말 또는 에어로졸로 인한 전파, 다른 하나는 감염자가 오염된 손으로 만지거나 비말 입자가 내려앉은 손잡이 등 물체표면을 만져서 감염이 전파되는 접촉 전파이다.

표면 소독은 혹시 물체 표면에 남아있을지 모를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접촉 전파의 위험을 낮춘다. 하지만 운행 종료시 이뤄지는 소독만으로는 운행 시간 내내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언제든 숨은 감염자가 탑승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②국내외 버스·지하철 이용으로 인한 전파사례 없어? - 확진 사례는 많아 

중앙일보는 "지난 1월 중국에서 발생한 감염사례를 제외하고는 국내외에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된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대로 버스·지하철 차량(객실) 내에서 전파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지하철 역사에서 근무하던 역 직원과 환경미화원, 시설보수 노무자, 승강장 근무 안전요원 등 지하철 관련 감염 사례는 많다. 지하철 역 구내에서 "나는 감염자다"라고 외치던 확진자 사례도 있었다.

버스 운전기사의 감염사례도 전국 각지에서 쏟아졌다. 비교적 잠잠했던 기차에서의 감염 사례도 최근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엔 KTX 승무원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16일엔 무궁화호 승무원도 확진됐다.

 

③중국 버스 감염은 마스크 미착용과 에어컨 재순환 모드 탓? 우리는??

중앙일보는 중국에서 일어난 버스 내 집단 감염 사례를 소개했다. 기사는 "지난 1월 중국 저장 성의 한 불교사원 신도를 태운 버스에서 24명이 집단 감염된 사례다. 버스 에어컨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버스의 에어컨은 재순환 모드였기 때문에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았다. 버스에는 4개의 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던 덕분에 공기가 조금 들어왔고, 창가에 앉은 승객은 대부분 감염을 피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다.

현 시점 우리나라의 버스는 얼마나 다른가? 승객들이 추위 탓에 창문 여는 것을 꺼려 밀폐 상태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물론 승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이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도 마스크 착용과 관련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턱스크', '입스크' 상태로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드물지 않게 목격된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서울 지하철에서 모두 1만 4026명이 마스크 미착용으로 계도 조치됐다. 하루 평균 500명이 지하철 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 적발된 것이다.  

 

④대중교통 내 전파사례 없는 건가 안 찾는 건가?

대중교통의 감염 위험에 대한 방역당국의 입장을 요약하면 '위험성은 인정하지만 역학조사는 사실상 어렵다' 정도로 정리된다. 지난 9월 중대본 브리핑 내용을 살펴보자.

질문>확진자가 수도권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경우 역학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역학조사 지하철의 경우는 시민들의 발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지금처럼 계속 동선 공개 대상에서 빠지는 것인지, 또는 확진자 진술과 CCTV 등을 토대로 동선을 확보해 공개할 수는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하셨습니다.

 

답변>질문하신 대로 지하철의 경우 대표적인 대중교통이고 또 특별히 출퇴근 시간을 중심으로 해서 밀집된 환경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현재 전세버스나 통근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대중교통의 버스의 경우에도 만약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이동경로라든지 추적관리의 대상이긴 합니다. 다만, 지하철의 경우에는 실제로 그것을 적용하는 데에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간대를 특정 짓는다든지 또 긴 객차에서 특정한 객차를 특정 짓기가 좀 힘든 상황도 있고, 그래서 사실상 여러 가지 역학조사의 애로사항 때문에 또 현실적인 적용의 어려움 때문에 저희 방역당국으로서는 매우 고민을 해 온 상황이긴 합니다. 현재로서는 일단 지하철과 관련해서는 동선 공개라든지 이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만큼 계속해서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마스크 착용이라든지, 또 대중교통 내에서 여러가지 3밀의 환경이 조성될 경우 마스크 착용 이외에 가능하다면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주시는, 또 출퇴근의 어떤 시간차 같은 고려 이런 것들을 계속 호소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 역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동 중에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2020.9.8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 e-브리핑 속기록에서 발췌>

현재 우리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역학조사 과정에서 지하철 이용 도중의 접촉 사례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능력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확산을 기존 역학조사 요원만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상황이라 11일부터는 특전사 간부 379명을 수도권 역학조사에 투입하기도 했다.

16일 기준 전체 확진자 4만6000여명 가운데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조사중) 확진자 비율은 14.5%에 이른다. 

 

⑤그럼 어쩌라고? - 마스크 제대로 쓰고 개인위생 지키기, 3밀 회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버스, 지하철을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마스크를 올바른 방법으로 착용하자. 코와 입을 완전히 가리고 금속편을 이용해 들뜨는 부분이 없이 완전히 밀착시키자. 입스크, 턱스크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과 같다.

가급적이면 출퇴근 시간의 혼잡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출퇴근 시간의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는 사실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므로 혼잡 시간을 피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중교통에서 내린 뒤에는 비누를 이용해 꼼꼼히 손을 닦는다. 마음 속으로 생일축하 노래를 두 번 부르는 시간만큼 충분히 씻는 게 좋다. 비누로 손을 씻기 어렵다면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손 소독제를 이용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뉴스톱은 코로나19 관련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오히려 방역을 망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근거 없이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방심을 부르는 길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마스크 착용, 혼잡 상황 회피 등 개인 방호 대책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감염 위험을 낮추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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