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미국 드론이 칼날을 발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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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국 드론이 칼날을 발사했다고?
  • 우보형
  • 승인 2021.09.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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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계속 발사한다는 한국 언론의 엉터리 내용

8월 30일 KBS는 '목표물 제거 99%­…미래 전쟁은 ‘드론’ 싸움?'이라는 방송을 내보냈다(그림1). 8월 27일 미군을 상대로 한 IS 자폭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미군의 IS에 대한 드론 암살작전에 쓰인 무기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방송 도중 부정확한 내용이 있어서 팩트체크 하려고 한다(아래  사진 푸른 선 박스).

 

그림 1. 동영상에서 시각이 나오지 않아 캡쳐로 보여드리는 '목표물 제거 99%­…미래 전쟁은 ‘드론’ 싸움?' 기사캡처
그림 1. 동영상에서 시각이 나오지 않아 캡쳐로 보여드리는 '목표물 제거 99%­…미래 전쟁은 ‘드론’ 싸움?' 기사캡처

 

이 미사일 안에는 특이하게 칼날이 들어 있습니다.

모두 6개의 날카로운 칼날이 목표물에 닿기 직전 사방으로 발사돼서 목표물을 제거하는 겁니다

(KBS 설명중)

KBS는 위의 설명과 함께 아래 사진(그림2)을 제시했다. 아래 사진에서 '첨단추적장치'란 미사일의 첨단(앞부분)에 장착된 광학 추적 장비를 의미한다.. 헬파이어 R9X에만 붙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 2. KBS 동영상 내에서 헬파이어R9X의 작동방식이라며 보여주는 장면
그림 2. KBS 동영상 내에서 헬파이어R9X의 작동방식이라며 보여주는 장면

 

문제는 저 헬파이어R9X가 "날카로운 칼날이 목표물에 닿기 직전 사방으로 발사돼서"라는 기자의 설명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아래 사진들을 보시기 바란다.

그림 3. 2020년 6월 14일 시리아의 이드립에서 촬영된 알 카에다 간부 칼리드 무스타파 알 아루리가 최후로 탔던 차량의 모습이다. 헬파이어R9X 미사일이 칼날을 펴고 날아들었음을 보여주는 ✶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림 3. 2020년 6월 14일 시리아의 이드립에서 촬영된 알 카에다 간부 칼리드 무스타파 알 아루리가 최후로 탔던 차량의 모습이다. 헬파이어R9X 미사일이 칼날을 펴고 날아들었음을 보여주는 ✶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림3은 2020년 6월 14일 시리아의 이드립에서 알카에다 간부 칼리드 무스타파 알 아루리가 탔던 차량의 모습이다. 미군이 발사한 헬파이어R9X에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파이어R9X가 소프트 스킨(비장갑목표)에 명중하면 어떤 모습을 남기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차량의 전면, 그리고 차량 지붕에 별(✶) 모양의 흔적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림 4. 2020년 1월 12일,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주 이맘샤히브 인근에서 촬영된 탈레반의 자금조달 담당으로 알려진 무히블라 샤 왈리 칸이 최후로 탑승했던 차량의 차량의 모습이다. 이 사진에서도 헬파이어R9X 미사일이 칼날을 펴고 날아들었음을 보여주는 별(✶) 모양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림 4. 2020년 1월 12일,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주 이맘샤히브 인근에서 촬영된 탈레반의 자금조달 담당으로 알려진 무히블라 샤 왈리 칸이 최후로 탑승했던 차량의 차량의 모습이다. 이 사진에서도 헬파이어R9X 미사일이 칼날을 펴고 날아들었음을 보여주는 별(✶) 모양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림4는 2020년 1월 12일,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주 이맘 샤히브 인근에서 촬영된 것이다. 탈레반의 자금조달 담당으로 알려진 무히블라 샤 왈리 칸이 최후로 탑승했던 차량의 모습이다. 이 또한 차량 지붕에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다. 헬파이어R9X에 당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헬파이어R9X 미사일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가를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5. 헬파이어 R9X 미사일의 발사 과정과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장면
그림 5. 헬파이어 R9X 미사일의 발사 과정과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장면

그림5의 영어 설명은 아래와 같다.

① 헬파이어 R9X 미사일은 고해상도 카페라와 센서들을 장착한 원격조종식 드론(주로 MQ-9 리퍼Reaper)에 매달려 목표 상공에 도달한다. (참고로 MQ-9 리퍼Reaper는 형식에 따라 헬파이어 미사일 2~4발을 장착할 수 있다)

② 드론이 목표를 향해 헬파이어 R9X 미사일을 발사하고 목표를 형해 유도용 레이저를 비춘다. 헬파이어 미사일은 이 레이저를 따라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③ 헬파이어 R9X 미사일은 목표에 충돌하기 직전 내장된 6개의 칼날을 모양으로 펼치고 진입, 목표를 타격한다.

그림 6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제시한 헬파이어 R9X 미사일의 개요를 설명하는 자료다. KBS가 제시했던 그림 2의 원본이라 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각 항목에 번호를 붙여 놨다.

그림 6. 월스트리트저널이 제시하는 헬파이어 R9X 미사일 개요도
그림 6. 월스트리트저널이 제시하는 헬파이어 R9X 미사일 개요도

 

1. 폭발하지 않지만 치명적이다. 미국은 폭약을 넣은 탄두 대신 칼날이 달린 고리를 넣은 헬파이어 미사일을 만들었다. 그것이 헬파이어 R9X이다.

2. 불필요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폭약이 든 탄두를 없앤 대신 목표가 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칼날을 달았다.

3. 무기는 접고 펼 수 있다. 6매의 칼날은 최후의 순간에만 펼쳐진다.

4. (국내에선 흔히 센서로 번역되는) 탐지장치

5. 왼쪽 사람의 키가 6피트, 약 180cm이므로 미사일의 길이는 대략 160cm 정도다.(실제로는 163cm)

6. (폭약이 든) 탄두는 들어있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 헬파이어R9X 미사일에 대한 개요도에서 점선은 어떤 의미일가. 살상용 칼날 6매가 평상시엔 접혀 있어 목표를 타격하기 직전까지는 볼 수 없지만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 진입하는 마지막 단계에선 화살표 방향으로 칼날을 펴고 진입한다는 의미다. 이걸 붉은 색 점선과 화살표로 표현했다. 문제는 국내 기자들이 대부분이 과학이나 공학의 기호나 도면, 혹은 단위의 의미에 무지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상적인 그림이 제시되더라도 칼날을 펴고 진입한다가 아니라 6개의 칼날을 앞으로 발사한다고 생각하고 방송한 것이다.

참고로 기자는 ”지난해 이란 2인자였던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것도 바로 이 미사일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솔레이마니가 탔다가 피격당해 최후를 맞았던 차량의 동영상을 보면 크게 불이 났다. 당시 사용된 것이 헬파이어R9X 뿐이었다면 차량은 타지 않고 그림 3-4에서 보듯이 별 모양만 남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솔레이마니 암살 당시 미국의 드론 운용팀은 상황이 허락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헬파이어R9X 미사일만이 아닌 통상형 헬파이어 미사일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다음은 같은 날 발견한 또 다른 엉터리 기사다. MBC 뉴스투데이도 '[이슈톡] 맹수 표범의 굴욕…가시 '호저'에 놀라 무릎' 기사에서 호저가 가시를 발사한다는 주장을 했다.  호저는 몸에 긴 가시가 있는 동물로 산미치광이, 혹은 아프리카포큐파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림 7. 호저가 “길고 단단한 가시를 적에게 발사하는 습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MBC 뉴스투데이 이슈톡 코너 캡쳐
그림 7. 호저가 “길고 단단한 가시를 적에게 발사하는 습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MBC 뉴스투데이 이슈톡 코너 캡쳐

 

솔직히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면서 가시를 발사할 수 있는 새로운 돌연변이 호자가 나온 줄 알았다. 동영상을 네 번이나 돌려봤지만 어디에도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무지하고 배고픈 표범이 호저를 건드렸다가 앞발이 호저의 가시에 찔려 고생하는 장면만 나왔을 뿐이다. 혹시나 “길고 단단한 가시를 적에게 발사하는 습성이 있는” 새로운 호저의 변종이 발견되었는가 하여 "호저는 가시를 발사할 수 있을까? (Can Porcupines Shoot Their Quills?)"라는 문장을 걸고 구글에 검색을 해보았다.

그런데 필자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있었나보다. 별도 항목이 있었다. 그림8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호저Porcupines” 항목에 답이 적혀 있었다. 

그림 8. 내셔널지오그래픽 중 호저의 가시(Porcupine Quills) 항목 캡처.
그림 8. 내셔널지오그래픽 중 호저의 가시(Porcupine Quills) 항목 캡처.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호저들은 부드러운 털을 갖고 있지만 그들의 등, 옆구리, 그리고 꼬리에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섞여 있다. 이 가시들은 일반적으로 호저가 위협을 받을 때까지는 화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억제책처럼 누워있다. 한때 가시를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것과 달리 호저는 포식자를 향해 가시를 발사할 수 없다. 그러나 가시는 뭔가에 접촉했을 때 손쉽게 빠진다.

 

많은 동물들이 호저가 내미는 가시에 그들의 코나 몸을 찔린다. 가시들은 날카로운 끝은 물론 갈고리처럼 생긴 작은 돌기가 있는 경우도 있어 다른 동물의 피부에 박히면 빼기가 어렵다. 호저들은 가시를 잃아도 다시 새로운 가시가 자라게 된다.

'발사'는 '날려보낸다'는 한자 발發과 '쏘아 맞힌다'는 한자 사射가 결합한 단어다. 방송의 주장과 달리 헬파이어R9X 미사일은 칼날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살상하기 위한 칼날을 펴고 날아들 뿐이다. 호저 또한 가시를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위협적인 동물에게 가시를 세우고 저항할 뿐이다.

만일 국내 언론들이 주장하는대로 헬파이어R9X 미사일이 칼날을 날리고, 호저가 가시를 쏘아댄다면 그 증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을 틀리는 건 기자와 언론의 상식부재다. 

우보형   nextop4u@naver.com    최근글보기
2차세계대전 이후 군사사와 병기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4~2005년 <국방일보> ‘전사 속 신무기’ 연재했다. 2010년 <보급전의 역사>, 2017년 <세계의 병기 대도해>, <조지 패튼 : 내가 아는 전쟁>을 번역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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