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노산 증가로 전체 출생아의 20%가 기형아?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9.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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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형아가 전체 출생아의 20% 이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시글마다 인용한 표와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다수가 “노산 증가로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선천성 기형아 비율이 증가해 2021년 기준 20%를 넘어섰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해당 주장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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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새로 태어나는 아이 5명 중 1명이 선천적으로 기형아라는 뜻이 된다. 아무리 초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면서 노산이 늘어나는 추세라지만, 믿기 어려운 비율이다.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전체 출생아 중 20% 이상이 기형아? → 사실 아님

 

건강보험통계연보
건강보험통계연보

이들이 인용한 통계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매년 발표하는 ‘건강보험통계연보’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자료에는 ‘298 질병분류별 연령별 급여현황’ 결과가 제시돼 있다. ‘298 질병분류’는 약국 조제건의 주상병 코드를 기준으로 질병 종류를 총 298개로 분류한 것이다. 선천성 이상아(기형아)란 질병코드정보센터상 주상병코드 Q00~99에 해당하는 신생아로, 이는 ‘298 질병분류상 254~266에 해당한다.

(출처=건강보험통계연보, 뉴스톱 재가공)
(출처=건강보험통계연보, 뉴스톱 재가공)

이를 분석한 결과,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 선천성 이상아 환자 수는 6만 4819명이었다. 이는 2021년 출생아(26만 562명) 중 무려 24.9%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2020년의 선천성 이상아는 총 5만 7445명으로 전체 출생아(27만 2337명)의 21.1%를, 2019년은 6만 1064명으로 전체 출생아(30만 2676명)의 20.2%를 차지했다. 게시글의 주장대로, 최근 몇 년간 전체 출생아 중 선천성 이상아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선 것이다.

건강보험통계연보
건강보험통계연보

그러나 이는 일종의 ‘통계의 오류’다. 해당 자료 명시된 ‘질병통계 자료 이용시 유의사항’에는 “질병통계는 요양기관에서 환자 진료 중 진단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의 호소, 증세 등에 따라 일차진단명을 부여하고 청구한 내역 중 주진단명 기준으로 발췌한 것”이라며, “실제 최종 확정된 질병과는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즉, 표에 나온 환자 숫자를 ‘확진 환자’ 수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전략본부 통계관리부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의사가 진료비 청구를 위해 해당 질병과 관련한 진료를 했다는 뜻으로 그 상병코드를 명세서에 넣는 것이라서, 사실상 진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인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증상이 미약하거나, 최종적으로 해당 질병 진단을 확정받지 않은 경우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 숫자를 전부 선천성 이상아라고 판단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이어 “각 상병코드 별 중복이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한 신생아가 ‘무뇌증(254-Q00)’과 ‘무안구증(265-Q11)’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라면 2개의 질병 코드에 중복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실제 환자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수치를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기형아가 전체 출생아의 20% 이상”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건강보험공단 질병통계에 기록된 선천성 이상아의 숫자가 전체 출생아의 20%를 넘어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최종 진단을 받은 ‘확진 환자’의 숫자가 아닌, 해당 질병으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숫자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또한 2개 이상의 질병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 중복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노산으로 인한 기형아 급증? → 판단 보류

그렇다면 전체 출생아의 20%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산으로 인해 선천성 기형아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 자체는 사실로 볼 수 있을까.

(출처=건강보험통계연보, 뉴스톱 재가공)
(출처=건강보험통계연보, 뉴스톱 재가공)

뉴스톱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총 10년 치의 ‘건강보험통계연보’ 질병 통계를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중복을 포함한 단순 ‘진료’ 환자임을 감안하더라도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 총 4만 2122명이던 선천성 이상아 환자 숫자는 2014년 5만 855명으로 5만 명을 넘어섰고, 가장 최근 조사 결과인 2021년에는 6만 4819명을 기록했다. 전체 출생아 수가 2012년 48만 4550명에서 2021년 26만 562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선천성 이상아 숫자가 최근 10년 사이 급증한 것은 명확해 보인다.

현재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선천성 이상아로 확정 진단을 받은 신생아 비율을 따로 조사 및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임종한 인하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이 2008∼2014년 출생아 320만 8617명에 대한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구 1만 명당 기형아 출산율은 ▲2008년 336.4명에서 ▲2009년 372.9명 ▲2010년 401.2명 ▲2011년 445.6명 ▲2012년 474.2명 ▲2013년 539.8명 ▲2014년 563.6명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전체로 보면 6년 새 67%가 증가한 수치다. 노산 비율 역시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팀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출산 산모의 나이를 분석한 결과, 총 6378명 중 51.6%가 ‘35세 이상 산모’였고 9.2%가 40세 이상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의학계에서는 고령 산모의 기준은 ‘만 35세 이상의 나이에 첫 임신을 한 경우’로 보고 있는데, 절반 이상이 흔히 말하는 고령 산모인 셈이다.

연구팀은 “산모가 35세가 넘으면 합병증이 증가해 고위험 임신에 속한다”며 “만성고혈압, 임신중독증, 난산, 조산, 산후출혈, 임신성 당뇨, 염색체 이상, 기형아 출산 등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모가 고령이기 때문에 '기형아'가 늘어난다는 것은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많은 경우 고령 아빠의 '늙은 정자'로 인해 기형이 발생한다. 남성의 경우 고령이 되어도 정자가 생성되지만 정자 세포가 계속 분화되어 염기서열 변이가 많은 정자가 증가한다. 아버지 나이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정자의 염기서열 변이 발생률이 연간 2.7%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는 “나이에 따른 상대적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일 뿐이지, 실제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말은 결코 아니”라며, “무작정 겁내기보다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엽산은 태아의 신경관 결손증을 예방하는 도움을 주며, 기형아 발생 감소에 효과적인 영양분”이라며 “임신 3개월 전부터 최소 임신 12주까지 하루 400μg(마이크로그램)씩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노산 연구를 진행한 박중신 교수 연구팀 역시 “고령은 출산 전후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약간 높을 뿐이지 모든 산모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며 “최근 산모들은 산전 진단에 적극적이고 태아의학 수준이 높아 고령 산모의 건강한 출산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최근 몇 년 사이 35세 이상 출산 비율과 선천성 이상아 비율은 모두 증가했다. 노산의 경우 합병증 증가로 인한 고위험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절대적인 확률이 아닐뿐더러, 산전 진단을 통한 충분한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나친 불안함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의학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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